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리뷰-국내 장편] 괴물, 유령, 자유인 GV

긍정과 기쁨, 전망으로 향하는 지도

켄 기자단

9월 27일 오후 20시, 유투브 라이브를 통해 진행된 <괴물, 유령, 자유인>의 GV에는 <괴물, 유령, 자유인>의 연출을 맡은 홍지영 감독이 함께 했다. 

<괴물 유령 자유인>은 퀴어함의 감각을 영상에 담은 작품이다. 벌써부터 제목에 성 소수자를 향한 오랜 혐오의 메타포로 쓰인 괴물, 불안함의 징후인 유령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문화적 맥락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다. 퀴어함이라는 단어 는 기묘하고 이상한 뉘앙스를 지녔으며, 정상성을 뒤흔드는 힘을 가졌다. 괴물은 두려우면서도 질서에 복종하지 않는 규범 바깥의 존재다. 그리고 영화의 영어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유령을 ghost 대신 specters로 표기한다. specter는 가시와 비가시의 경계에 놓인 퀴어를 뜻하지만, 동시에 과학 현상상의 빛이 내보이는 징후를 뜻하기도 한다. 괴물, 유령은 절대적 기준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회 질서에 혼란을 가중시키며 전복을 꾀한다. 결국 두려운 존재를 전망적으로 바라봤을 때, 무서움이 아닌 잠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홍지영 감독은 성 소수자가 스스로를 긍정하는 데서 퀴어함이 출발한다고 말한다. 성적 소수성이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규정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비정상을 긍정하는 순간 긍정은 사회 규범을 전복하는 힘을 갖는다.

그리고 홍지영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퀴어 당사자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담아내지 않았다. 재현이란 이전의 것을 지금 다시 나타내 특정 존재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에 기여한다. 그 대신 답습된 형식으로 구축한 이미지가 아닌 영화에 새로운 힘을 부여해 관객의 감각을 일깨우도록 했다. 그 결과 비정상 속에서도 퀴어함을 긍정하며 기쁨을 만끽하는, 등장인물 모두가 자유로 향하는 한 편의 메시지가 완성된다.

또 이 영화의 연출은 무척 실험적이다. 홍지영 감독이 직접 언급한 연출 장치는 빛이다. 빛은 영화에서 스피노자의 삶을 인용한 것처럼 스피노자의 직업이 렌즈 세공사였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기본적으로 밝거나 어둡고 선명하거나 흐린 빛뿐 아니라, 좀 더 광학적 의미의 빛을 담기 위해 인간의 시각으로 보기 힘든 녹색 광선을 활용한다. 청록색을 띠는 녹색 광선은 스피노자의 철학 개념과 연결한 영원의 빛을 뜻하며, 이 빛을 영화 2부 ‘유령’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해 영화의 의미와 분위기를 한층 강조한다.

이 밖에도 영화 제작 당시 참고한 작품, 배우들의 연기, 영화에 가미한 기법 등 홍지영 감독은 진행자와 관객의 질문을 통해 다양한 작품 제작 스토리를 밝혔다. 홍지영 감독은  스피노자의 철학이 아닌 스피노자의 삶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수적인 유대교 사회에서 파문 당하고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던 스피노자는 미래의 전망을 지향하는 철학을 펼친 철학가다. 이런 삶의 방식이 퀴어 당사자의 삶, 현재 퀴어 운동의 형태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사회의 억압에도 멈추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킨 스피노자처럼 영화는 ‘세계가 바뀔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