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리뷰-커런트 이슈 1, 2, 3] 제20회 한국퀴어영화제 Q톡

제20회 한국퀴어영화제 Q톡

루 기자단, 김도현 기자단, 켄 기자단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한국퀴어영화제는 특별하게 온라인으로 상영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화되었지만 한국퀴어영화제만의 특별한 행사인 Q톡은 여전히 영화 관람과 함께하고 있다. Q톡은 퍼플레이에서 <우리에게 남은 공간>, <피어 키즈>, <본 투 비> 관람 시 상영 직후 이어진다. 아래는 세 영화의 Q톡에 대한 글이다. 각 영화에 대한 리뷰 또한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를 위한 공간

 제20회 한국퀴어영화제 커런트이슈2의 <우리에게 남은 공간> Q톡에서는 퀴어페미니스트 공간을 주제로 한국퀴어영화제집행부의 쭌과 퀴어페미니스트 책방 꼴의 나기, 뽑이 한자리에 모였다. 책방 꼴은 여성주의 문화운동단체 언니네트워크의 운영 하에 2017년 11월, 문을 연 공간이다. 단체 회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대낮에”, “술이 없이도” 만나기 위해 꾸린 이 공간은 어느덧 만 3년을 앞두고 있다.

 책방 꼴의 ‘꼴키퍼’들은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면서도, 성차별적 경제구조와 몸 다양성을 무시하는 사회구조를 향한 문제 제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퀴어페미니스트를 위한 서점임을 내걸고 있지만,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의 경계를 좁게 제한하지 않고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포용적인 공간을 그들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영화 <우리에게 남은 공간>은 미국의 사례를 다루었지만, 한국의 퀴어페미니스트 공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책방 꼴 또한 영화 속의 문제의식과 마찬가지로 인건비와 월세를 공간 지속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러나 책방 꼴은 상업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단체와 재정 및 활동인력을 연계하면서 운영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보다도, 이 공간의 가치와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하는 안전망이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원들이 생각하는 공간의 모습에 따라 공간이 계속 변화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를 바란다고도 함께 덧붙였다.

 토크에서도 언급되었듯, 책방 꼴의 인근에는 다양한 성소수자 단체들의 공간이 위치해 있다. 비록 느슨하더라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달려와 연대할 준비가 되어있는 연결망의 필요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주류 사회로부터 전폭적 지지와 연대를 얻기에 어려운 사회적 소수자일수록 벽을 함께 딛고 올라설 공동체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올해로 20회를 맞이하는 한국퀴어영화제 또한 우리가 자기 자신으로서 자유롭게 모여들 수 있는 소중한 공간들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이렇듯 퀴어영화를 매개로도 우리 모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연결망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공간들의 가치에 더 관심을 갖고 따스한 연대를 나누는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필요한 공간

 커런트 이슈1 <피어키즈>의 Q톡에서는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의 박에디 회원모금팀장이 게스트로 함께했다. ‘띵동’은 다양한 폭력과 차별을 겪는 청소년 퀴어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면서 그들의 고민을 들어온 박에디 활동가는 <피어 키즈>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여러가지 시사점을 이야기했다.

‘미국의 2백만 홈리스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이 성소수자다. 그리고 그 중 40%는 비백인이다.’ 이런 통계 자료가 존재한다는 것은 미국 사회가 청소년 성소수자와 그들의 주거불안정 문제에 어느 정도 주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성소수자 청소년들, 탈가정한 청소년들의 수는 집계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우리 사회에도 탈가정 청소년들, 특히 자신의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받아들이지 않는 가족 때문에 탈가정을 선택한 사례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 청소년’이라는 납작한 이미지만 존재할 뿐, 그들의 진짜 이야기는 쉽사리 들을 수 없다.

 <피어 키즈>에 나오는 이들처럼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청소년들도 자립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청소년이 일자리를 얻으려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성인과 달리 노동 시간에도 제약이 있다. 또한 노래방, 찜질방, pc방 등의 공간도 밤 10시 이후에는 ‘19금’이 된다. 가정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면 안정적인 생활의 기반도 무너진다. ‘미성숙한’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제도들이 청소년을 더욱 위험한 곳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어떤 유해한 것으로부터 청소년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진짜로 유해한 것은 차별이 아닌지 묻게 된다.

 탈가정 청소년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인 ‘청소년 쉼터’가 전국 곳곳에 설치되어 있지만, 성소수자 청소년은 이곳에서도 환대받지 못한다. 특히 트랜스젠더의 경우, 성별로 생활 공간이 나뉘어 있는 쉼터에 입소하기 어렵다. 청소년 혐오와 성소수자 혐오가 동시에 작용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청소년이 ‘집다운 집’에 살 수 없고 오히려 거리에서 더 안전하다고 느낄 때, 우리 사회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탈가정한 청소년 퀴어는 지도와 단속의 대상이 아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그들의 필요를 반영하는 주거 정책, 그리고 청소년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이다.


We make our tomorrow

 커런트 이슈 3의 <본투비>는 시사하는 바가 큰 영화인 만큼 디테일한 논의가 오가는 시간이 있으면 무척 유익할 터. 물론 <본투비> 상영 직후 30여 분간 전문가와 영화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을 갖는 코너이자 한국퀴어영화제의 또 다른 재미인 Q톡이 있으니 만사 오케이다.

 영화 <본투비>의 Q톡에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홀릭과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산부인과에서 재직 중인 이은실 교수가 함께했다. 이은실 교수는 월경‧폐경 등 호르몬을 다루는 생식내분비학을 전공으로 하며 트랜지션에 필요한 호르몬 치료에도 종사할 뿐 아니라, 2018년 당시 사이나이 병원에서 열린 라이브 서저리 컨퍼런스에 참여한 적 있는 전문 의료인이다. 그렇기에 <본투비>와 이은실 교수의 만남은 우리에게 낯선 의료 현장을 좀 더 자세하고 가깝게 연결해준다. 보건 의료용 용어와 언어의 불완전성과 트랜지션에 대한 정의 등 트랜스젠더에 관한 의료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하지만, 진짜 여성/남성을 이분법화 하는 의제가 지닌 모순과 한국 의료 서비스의 현실과 한계 등 우리 사회의 인식 및 의료계에 필요한 개선사항까지 제시하며 폭넓은 이야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한편 이은실 교수는 가넷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고 말한다. 데빈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가넷은 성별재지정 수술을 거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살 시도를 한다. 표면적으론 실연의 상처처럼 그려졌지만, 이은실 교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가넷 가족의 한 마디를 인용하며 이 일의 핵심 문제가 가넷의 어린 시절부터 존재했다고 해석한다. 가넷이 원하는 바는 지지받지 못하고 부정당한 현실 말이다. 이런 일은 아직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은실 교수는 한국 내에서도 트랜스젠더 보건 의료인 모임을 조직할 계획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단체가 결성되면 트랜스젠더 보건 의료 관련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데 무척 용이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본투비>에 등장한 닥터 팅의 수술 방식은 점차 완벽이라는 형태를 갖출 것이며, 한때 정신의학과 영역에 속하기도 했던 젠더비순응은 이제 자신이 인식하는 젠더를 표현하고자 하는 개념으로 바뀐 것을 기억하자.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당사자가 스스로를 부정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더욱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