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데일리 뉴스] 전환치료 그 너머

전환치료 그 너머

오윤주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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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가 치료될 수 있다는 발상은 아직 누군가에게는 유효한 것 같다. 이번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 많은 호모포비아 종교인들이 ‘동성애는 치료받을 수 있는 병입니다’와 같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커런트이슈3의 작품들은 이런 혐오적인 전환치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루고 있다.

<개 - 싫음 Repungnant>은 개에 빗대어 전환치료를 풍자하는 우화다. 한 등장인물은 자기 개가 동성애 성향을 보인다며 전환치료를 부탁한다. <리셋 Reset>에는 동성애 전환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존재한다. 동성애자는 ‘동성애 행위’를 보면 토하도록 “치료”를 받으며, 목줄이 채워지고 케이지에 갇힌다. <정상성의 허구 Deviant>에는 독실한 기독교인인 엄마가 동성애자인 아들을 전환치료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동성애와 관련된 자료를 보면 성기에 고통을 주는 끔찍한 방식의 고문이 이루어진다. <왕국 Kingdom>은 공고한 여호와 - 이성애 왕국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무력한 퀴어 청소년의 현실을 다룬다. <물의 기억 Tidal Time>은 더욱 노골적인 전환치료 장면을 보여준다.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발견한 마초적인 아빠는 아들을 감금하고 폭행한다. 결국 아빠는 아들이 연인과 도망친 후 홀로 남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물의 흐름을 인간이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사랑 역시 누군가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성애를 병 혹은 죄악으로 규정하는 호모포비아들은 동성애를 단지 성적인 행위로만 인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에게 게이와 게이 섹스는 동의어다. 그렇다면 어디부터 동성애인가? 손을 잡거나 포옹하는 것까지는 괜찮고, 키스부터는 동성애인가? 동성과 깊은 정신적 교류를 맺는 일은 섹스도 성애도 아니기 때문에 정상인가? 이성과만 섹스를 하고 동성과는 섹스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자신이 이성애자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전환치료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동성애자를 ‘치료’해 이성애자로 바꿀 수 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한 것 아닌가? 성애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은 이성애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할 뿐이다.

지난 6일 커런트 이슈3의 상영에 이어서 Q톡이 진행되었다. 이번 Q톡에는 전 감리교 목사이자 무지개 예수 활동가인 라떼와 함께 했다. 라떼는 전환치료의 범위가 훨씬 포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환치료는 종교적 맥락 속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보다 넓은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성소수자를 치료와 교육이 필요한, 잘못되고 불완전한 존재로 규정하는 사고방식과 태도 모두 전환치료의 범위 안에 포함된다. 따라서 성소수자들은 차별적인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매순간 전환치료에 맞서 싸우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전환치료의 범위와 개념에 대해 확장된 논의가 필요한 까닭이다. 라떼에 따르면 전환치료가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기도원이나 심리상담센터는 모두 사기다. 전환치료는 애초에 가능한 것이 아니며, 설령 당사자가 스스로 찾아왔더라도 그가 치료를 결심하게 되기까지의 모든 맥락이 전환치료에 포함된다. 한 관객은 그렇다면 ‘전환치료’보다 포괄적인 대안 언어가 없을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라떼는 영어의 ‘convergent therapy’를 번역한 ‘전환치료’라는 언어가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답했다.

커런트 이슈3은 6월9일 11시 2관에서 관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