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데일리 뉴스]흑백의 삶을 버텨낸 오늘의 당신에게

흑백의 삶을 버텨낸 오늘의 당신에게

조병준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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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위는 성전환 수술을 원한다. 그러나 한위가 수술하기 위해선 법적으로 아버지의 허락이 필요하다. 아버지는 ‘성’을 바꾸고 싶다는 아들에게 아버지의 ‘성’을 따르기 싫냐며 농담조로 아들의 고백을 뭉개 버린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버지는 아들을 거울 앞으로 끌고 가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면서 선택을 포기하지 않으면 죄를 짓고 지옥에 갈 것이라며 협박하고, 곧 아들을 사탄에게서 구해달라며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사탄을 내쫓기 위해 거실을 휘젓고, 아들이 사는 집의 옷장과 컴퓨터를 뒤지기까지 하는 아버지. “하나님이 만든 사람은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 그 외는 없”다고 말하는 아버지. 그는 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될까? 이 어두운 흑백영화는 성전환 수술에 필요한 동의를 받기 위한 한위의 노력과 한위의 선택을 반대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을 그린다.

한위의 가족 구성원은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이다. 가족들에게 한위의 성정체성은 신앙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한위는 영화 내내 승인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며, 이들이 직면한 세상에는 차별과 억압이 가득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용 차별, 따가운 시선, 심지어 가족 구성원의 폭언은 제도적인 개선으로만 극복되기 어려운 의식적인 차원의 차별에서 기인한다. 영화 속 그려지는 사회에서 차별로부터 안전할 권리는 형식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한위와 그의 동료들에게 세상은 그저 흑백영화처럼 어두운 억압적 공간이다.

칙칙하고 어둡기만 한 세상에서 한위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카메라는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한위와 주변 인물들의 감정을 파고들거나 인물들의 심리를 꿰뚫어보려고 하기 보다 오히려 약간은 떨어진 채 관조하는 듯한 거리를 유지한다. 영화가 끝날 무렵 다시 채색된 세상 속에서 인물들은 화면을 차례로 응시한다. 그 눈빛 속에서는 스스로 선택한 나로 살아가야하는 일의 간절함과 막막함이 보인다. 비단 마지막에 차례로 등장하는 인물들만의 간절함과 막막함은 아닐 것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내가 선택하는 바가 나를 결정하고 나의 미래를 결정한다. 어려운 매 순간 속 나는 불안한 선택과 가끔의 후회, 혹은 가끔의 안도감을 경험하며 나아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도, 안도감 섞인 씁쓸함도, 간혹 찾아오는 보상 같은 행복까지도 흑백인 세상.